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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로 읽는 백여덟 해의 지도 - 명(命)은 타고나되 운(運)은 다듬는다

서지정보
지은이신원식
총서 끌림 作家選 004
발행처도서출판 끌림
발행일2026년 8월 18일
ISBN979-11-93305-31-7 (03810)
판형·제본150×225mm, 무선
쪽수392쪽
정가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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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남의 입을 빌리지 않고, 자기 삶의 지도를 스스로 읽는 법”

사주는 태어난 순간 하늘이 건네는 한 장의 지도다. 지도는 갈 길을 정해 주지 않는다. 다만 지형을 일러 줄 뿐이다. 이 책은 그 지형을 읽는 눈에 관한 백열일곱 편의 이야기다.

제목의 백여덟 해는 비유가 아니다. 지금까지 명리학은 태어난 해와 달과 날과 시, 네 기둥으로 사람을 읽어 왔고, 한 기둥에 열여덟 해씩을 나누면 그 폭은 일흔두 해에서 멈춘다. 저자는 여기에 태어난 시각의 분(分)과 어머니의 뱃속에 머문 열 달을 더해 여섯 기둥으로 읽는다. 그 합이 곧 백여덟 해다. 오랜 임상 끝에 세운 육주십이자(六柱十二字) 만세력이 이 책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한때 제재소를 운영하며 죽은 나무를 켜서 밥을 벌었고, 그 세월의 절반을 술잔 속에 두었던 저자는 수십 년을 명리의 이치에 매달려 살아왔다. 그는 어려운 말을 남기지 않는다. 오행은 나무와 불과 흙과 쇠와 물로 불리고, 십성은 재물과 명예와 표현과 배움과 형제의 결로 풀린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술자리에서 친구가 건넨 한마디, 병상에서 기다리던 검사 결과, 바다 건너로 떠나 버린 아들, 끝내 채워지지 않는 곳간이다.

지도는 다섯 겹으로 펼쳐진다. 하늘과 땅의 큰 지형에서 시작해 사람의 무늬와 계절, 재물과 인연을 지나,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들여다본 자가 자기 자신에게 부적 한 장을 써 주는 자리에 이른다. 책 끝에는 명리 용어 백여든 항목을 정리해 실어, 명리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도 첫 장부터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명리를 다룬 책은 많지만 대부분은 불친절하다. 한 문장을 이해하려면 열 개의 낱말을 먼저 외워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삶에 관한 일인데도 남의 입을 빌리러 가고, 몇 마디 말에 한 해를 저당 잡힌다. 저자가 오래 마음에 걸려 했던 것이 그 풍경이다. 제목이 예언서가 아니라 지도를 표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예언은 건네받는 것이지만, 지도는 각자가 손에 들고 읽는 것이다.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은 번역이다. 저자는 오행과 십성이라는 낯선 격자를 걷어내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말로 옮겨 놓는다. 관성은 나를 억누르고 규제하는 힘이고, 식상은 안의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힘이다. 그다음부터는 이론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가 이어진다. 모임마다 회장과 총무 자리에 각기 다른 기질이 앉는 까닭, 비어 있던 곳간이 어느 해 단 한 번의 충돌로 열리는 순간까지, 명리가 사변이 아니라 관찰의 언어임이 문장마다 드러난다.

두 번째 미덕은 목소리다. 저자는 자신을 높이지 않는다. 스스로를 부족한 점쟁이라 부르고, 정신이 흐린 날에는 사주를 거꾸로 읽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무산자로 살았고 절제보다 방탕에 가까웠다고 말하며, 시대의 탁류를 보면서도 안온한 자리에 앉아 있었던 침묵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한다. 예언하는 자의 권위 대신 자기를 먼저 펼쳐 보이는 정직함이 있고, 그 정직함이 독자로 하여금 이 사람의 말을 믿어 보게 만든다.

세 번째는 백여덟이라는 숫자가 열어 놓는 자리다. 육주십이자 만세력은 전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위에 한 층을 더 얹는 방식이며, 백 세를 넘어 사는 일이 예외가 아닌 시대에 대한 응답이다. 그러나 이 확장이 향하는 곳은 더 긴 예언이 아니다. 저자는 죽음의 날짜를 계산하는 일보다 남은 날들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먼저라고 거듭 말한다. 숙명은 바꿀 수 없어도 운명은 다듬을 수 있다는 것, 5부의 제목이 「스스로에게 쓰는 부적」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부적은 남이 써 주는 것이 아니다.

명리를 믿는 사람에게는 오래 곱씹을 임상 기록이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 사람이 자기 생을 끝까지 응시한 기록이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손에 남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한 장의 지도이며, 그 지도를 길로 만드는 일은 온전히 읽는 이의 몫이다.